조선의 옻 칠쟁이 “전용복”과 세계적 예술 작가 “전용복”

동원대학교 항공서비스과 유용재

얼마 전 집수리를 마친 친구의 집을 방문하였다. 자녀들은 분가하여 부부만 호젓하게 생활하기에 넓은 집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친구가 미술 전공이라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인지는 몰라도 집의 내부 구성이나 색채가 통일되고 인테리어가 절제가 있으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겨서 최고급 리조트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집안 곳곳을 둘러보니 숨어있는 공간이나 거실 등에도 모던하며 심플한 디자인의 세심함이 배어나는 집단장을 느낄 수 있었다. 산뜻한 기분을 안고 되돌아 온 나의 방은 커다란 가구들이 방안 전체를 점령하고 있었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어머니 방은 역시 큰 가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장롱이며 문갑 등이 요즘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자개장식문양. 오랜 기간을 같이 해 온 손때 묻은 느낌보단 섬세하고 화려하며 생생한 매력이 느껴진다.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전통가구의 매력이 다가온 날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실내 가구배치며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고 한다. 그렇게 내 맘 속에 집안 장식에 대한 상념들로 가득했던 즈음 우연한 기회에 칠공예 작가의 작품들로 그득한 갤러리 카페를 방문하게 되었다. 4층 건물 곳곳에 작가의 작품이, 가구로 벽으로, 장식품으로 무심한 듯 자리 잡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 모든 것도 마치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후 배치된 듯 묘한 어울림이 있다. 그 어울림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사람은 바로 옷칠 장인으로 알려진 ‘전용복’ 작가이다.

( 사진 © 2021 y.kim ) 갤러리 카페 “목단가옥” 내부의 전용복 작품들

전용복 작가는 새로운 기법과 신소재 개발로 미래 지향적이고 독창적인 옻칠 세계를 개척한 세계적인 칠예 작가이다. 그는 1991년, 일본 국보급 연회장이며 호텔인 메구로 가조엔 내부 5,000여점의 칠예 작품을 성공적으로 복원시키며 일본에서 ‘세계 최고의 칠예작가 한국인 전용복’이라는 칭송을 받은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벽화, 팔만대장경등의 옷칠을 도장한바 있으며 수많은 전시회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전통적 기법에 황토를 배합하거나 천연 암채를 사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 전통에 창조적 가치를 더해 예술의 지평을 열었다. 정성을 다한 옻칠은 만년을 간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놀라움과 함께 인고의 고된 작업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남다른 소품을 원하는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나무로 만든 시계가 선보이고 있다. 나무가 주는 따뜻함이 기존 차가운 메탈의 느낌과 대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전 작가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 메이커와 콜라보 작업을 통해 고가의 보석장식 없이 나전, 옻칠기법을 통해 세계 유일의 독특한 손목시계를 제작하여 한 수집가에게 고가에 판매된 적이 있다.

전용복 작가의 창조적 예술작업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이지 정치인이었던 앙드레 말로를 기리는 협회인 “국제 앙드레 말로 협회”의 주관으로 내년 3월부터 부르셀을 시작으로 유럽 각지를 순회하는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고 뉴욕에서도 상실 전시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 사진 © 2021 y.kim ) 전용복 작품들

요즘 지구촌 문화의 중심에 케이 컬쳐(K-Culture)가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인의 심장을 적셔주고 있다. 서양의 음악, 서구에서 시작된 영화와 드라마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 가수, 연주가, 작품들이 각 부분의 최상단을 차지하며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한국음식 또한 세계인의 입맛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열광과 감동을 이제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훌륭한 문화적 유산으로 이어지게 해야 할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야 말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전통 방식의 가구 공예를 세계적 예술경지에 올려놓은 전용복 작가의 예술 활동을 보면서 또 한번 그 말을 실감한다. “K Culture”의 위상은 말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루어진 업적에 편승해 홍보하기 보다는 치밀하고 세심한 지원과 전략을 통해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젊은 작가, 청년 아티스트들이 전용복을 뛰어넘어, 세계적 예술가로 명성을 얻도록 해야 한다. 한때의 인기와 관심에 맞춘 그때, 그때의 정책보다는 긴 안목과 호흡으로 우리 문화의 중흥기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민관, 산학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하여, 많은 재능 있는 청년 예술지망생들이 미래를 꿈꾸는 오늘이 되어야 한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달려와 우리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며 예술적 감흥과 가슴벅찬 감동을 느끼는, 각기 다른 모습의 세계 시민들을 만나보고 싶다.

K-Culture의 한 단계 도약을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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