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 항공업계 2군인가?

동원 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교수 유용재

얼마 전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3상 성공 발표에 여행, 항공 관련 주식의 주가가 치솟았다. 그러한 시장의 반응은 가까운 미래에 해외 여행이 곧 재개 될 것이라는 생각과 희망의 반영일 것이다. 필자 또한 여행길에 나서는 상상으로 작은 설레임이 일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방문했던 여행지들 몇몇 곳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러 나라들을 여행해 보았지만, 부담 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국적인 풍미를 느끼곤 했던 여행은 일본 지방 소도시들의 여행이다. 시간과 거리 면에서 부담이 없으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국적인 풍경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색다름이 주는 감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료칸’ 과 온천, 그리고 은은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랜 전통의 ‘카이세키’ 요리, 화려한 색과 모양의 화과자,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친절한 직원들의 환대는 일본여행에서 느끼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진심인지 혹은 상술인지에 대한 논의를 벗어나, 떠나는 날 버스에 오른 우리 일행에게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로 버스가 그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허리굽혀 환송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최근 한·일간의 싸늘한 관계 속에 일본여행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불편한 마음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누릴 수 있는, 매력적 해외여행에 대한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요즘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에 대한 마음을 접은 지 오래다. 이런 상황하에서 ‘대만 에바항공의 제주도까지의 무착륙 일주여행 상품‘이나 ’아시아나 항공의 A380 한반도 일주비행’상품은 해외여행에 대한 많은 여행객들의 갈증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필자 또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다. 항공서비스과 학생들을 인솔하여 국내 T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목적지 없는 체험비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체험비행의 전 과정에서, 예전에일본에서 마주했던 극진한 고객응대보다 한 단계 진화한 응대 경험을 느꼈다.

일본에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베풀어 주는 응대는, 상대의 욕구(need, desire)나 희망(want)을 분석하고 그에 최적화된 응대라기보다는, 그저 한결같은, 정성스런 마음으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응대였다면, 어제 T 항공사가 보여준 서비스는, 대상 고객이 느끼거나, 경험하고 싶어 하는 서비스를 정성을 다해, 그리고 보다 창의적으로 최선을 다해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체험 비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탄성과 감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우와!, 우와!’ 마치 학생들의 마음속을 스캔했나 싶을 정도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환호할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채워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학생들이 기내에 탑승하기 위해 브릿지를 걸어가는 동안에 기장님이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동원대 환영해요” “화이팅”이라는 메시지를 빨간 색 글씨로 기장석 창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콘서트 장이나 행사장에서 사용하는 앱인데 주로 학생들이나 젊은 층이 사용하는 앱을 기장님이 학생들을 위해 익히고 사용한 것이다. 이를 보기위해 일시에 많은 학생들이 브릿지 창문 쪽으로 모여들며 박수치고 좋아하였다)

탑승과정과 비행 중 학생들이 승무원들의 직무를 실습해보는 중간 중간에도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퀴즈 문답형식의 색다른 진행, 전문 MC에 버금가는 세련된 진행 솜씨는 승무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아이디어가 없었더라면 실현되지 못했을 일들이었다. 또한 불량고객 제압 역할연기(Role Play)를 시연하는 상황에서는, 불량고객 역할을 담당한 남성승무원이 목청껏 소리 지르고 온몸으로 난동을 부려 실제 상황과 같은 모습을 재연하였다. 그리고 난동 중 테이저 건으로 제압되며 체포되는 상황을 몸을 아끼지 않고 시연해 내어 학생들에게 실제상황에 대한 대처법과 함께 진한 감동을 주었다.

여기에 더해 모든 학생들에게 항공사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만들어 주어, 항공승무원의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강한 동기부여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는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깊은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교육과정과 체험비행의 순간순간 학생들의 탄성과 감동을 자아내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으나 항공사의 소중한 아이디어라 다 전달할 수 없음이 아쉽다.

끝으로 학생들이 체험비행의 아쉬운 여운을 뒤로하고 항공기에서 내려 터미널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는 순간, 같이 비행했던 승무원분들이 버스를 향해 “하트 표시”와 “동원대 또 만나요” 라는 문구를 보여주며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보이자, 학생들 얼굴에서는 마치 떠나는 버스에서 내려 그들에게 달려가고픈 심정이 읽혀질 정도였다. 이전에 일본 료칸이나 호텔을 떠나올 때 허리 숙여 버스가 멀어질 때까지 인사하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느꼈던 마음보다 한층 진한 감동에 젖었다.

행사 내내 동행했던 기획부서 직원 분께 정말 잘 짜여진 기획과 진행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니 기획 팀장의 답변이 기획부서에서는 전체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흐름만을 정리하였을 뿐 교육과 체험 모든 과정에서의 상황과 행동들은 담당자들의 자발적인 의견개진과 참여 그리고 진심어린 자발적 헌신과 노력의 결과라는 전언이 더욱 진한 여운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은 전폭적인 권한 위임, 책임과 자율에 기반 한 기업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이렇듯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기업과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직원간의 시너지가 더 큰 기업성과로 이어지지 위한 중요한 조건이 또 하나 있다. 이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업이나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장애요인이나 불필요한 규제를 최대한 풀어주는 것이다.

과거 저비용 항공사 임원과의 만남에서, 좀 더 적극적인 가격전략을 채택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임원분께서는 외국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여행조건에 따른 과감한 가격전략을 채택하여 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큰 기업성과를 내고 있는 성공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취소시 환불규정등)등 지켜야할 관련 법규가 많아, 혁신적이고 과감한 운임정책의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저비용, 저가를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저비용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들의 핵심적 기업전략인, 가격전략에 제한이 있다면, 기업 활동에 매우 치명적 난관이 됨으로써,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국적항공사로서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과 경쟁하며 선두권에 포진해 있기에, 저비용 항공사들은 항공업계 2군으로 인식되어 울타리에 가두어져, 그 안에서 경쟁과 성장만을 인정한다면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그와 관련된 저비용 항공사들의 인수와 합병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 당국의 어려움과 고심이 이해는 되지만 우리나라 항공운송 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보다 세심하고 꼼꼼한 정책마련과 추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소비자의 권익도 보호하고 여러 가지 안전 규정도 준수하면서 FSC(Full Service Carrier) 시장이 아닌 저비용 항공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내는 기업이 탄생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비단 저비용 항공사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힘찬 날개 짓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들의 경쟁력과 도전정신, 창의력을 느끼고 체험하고 왔다. 이제 정부 관계당국과 관련 산업계가 이를 응원할 때이다.

소니가 최고의 품질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을 때, 미국 백화점 구석진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쳐 박혀 있던 삼성 제품이, 이제 소니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제품이 되었다. 그러한 성공의 뒤에는 기업의 노력 외에 정부 당국의 지원과 배려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코로나 19 시기에 힘들지 않은 산업이 어디 있을까? 만은 여행과 항공업계의 시름은 참으로 크다. 산업을 일으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된 기반시설과 인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과거 압축성장의 시기에 철강과 중화학 공업,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자 했던 관심과 노력을 이제 우리의 근거리 하늘길을 이어주는 그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이들을 옥죄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들이 보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발목을 조여 왔던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응원한다면 그들은 구름을 뚫고 하늘로 비상할 것이다.

대한항공에 버금가는, 아니 대한항공을 뛰어넘는 저비용 항공사의 탄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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